✍️ Entertainment

✍️ 오늘의 이야기 — 🥛 11시 47분의 단골

편의점 야간 알바 3년 차. 나에겐 시계보다 정확한 단골이 있었다.
매일 밤 11시 47분, 그는 자동문을 열고 들어왔다. 낡은 회색 코트, 어깨에 내려앉은 피로, 그리고 한결같은 메뉴. 저지방 우유 한 팩, 아몬드 초콜릿 한 개. 7,200원.
"오늘도 고생 많으시네요."
"네, 뭐."
3년 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밤, 그가 오지 않았다. 11시 47분이 11시 50분이 되고, 자정이 되었다. 나는 계산대 앞에서 자꾸 자동문 쪽을 바라봤다. 왠지 허전했다. 우유와 초콜릿이 진열대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이주일이 지났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밤, 처음 보는 중년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똑바로 우유 냉장고로 걸어가 저지방 우유를 집었다. 초콜릿 코너에서 아몬드 초콜릿을 들었다. 계산대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이게 맞죠?"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혹시 어떻게 아세요?"
여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붉어졌다.
"남편 영정 앞에 놓을 거예요. 매일 밤 이 시간에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했었어요. 하루의 유일한 사치라고. 정작 집에 와서는 저한테 주더라고요. 자기는 당뇨라 먹으면 안 된다면서."
그녀는 지갑을 열었다.
"저, 한 번도 몰랐어요. 그이가 뭘 사 오는지."
7,200원이 계산대 위에 놓였다.
나는 봉투를 내밀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자동문 밖, 11시 47분의 어둠이 유리창에 걸려 있었다.
---
💬 독자 참여 — 여러분에게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의 누군가가 있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 0
👁 0 views

Comments (0)

💬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comment!